서진희는 정말 갈 곳도 없고, 정말 죽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죽기 전에 타인에게 돈을 빚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 사람이 정직한 가난뱅이라면 더욱 안됐다. “임지강, 우리가 한 때는 부부였으니 나한테 60만원만 줘. 40만원은 신 씨한테 줄 거고, 나머지 20만원은 경비로 쓰게.” 임지강은 차갑게 웃었다. “60만원은 줄 수있어, 근데 네가 날 속이는 거라면…” “내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 널 속여서 뭐해?” 서진희는 처량하게 웃었다. “내가 너랑 같이 갈게! 만약 네가 날 속이는 게 아니라면, 60만원 그냥 줄 수 있어.” 임지강은 독하게 말했다. 그는 서진희와 같이 몇 백 키로미터나 되는 곳에 갈 생각이었던 건, 당연히 서진희가 자신을 속인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직접 서진희 모녀를 멀리 있는 산속 지역으로 보내 버리고, 그 곳에서 운이 좋아 이 여자에게 남자를 찾아줄 수 있다면, 앞으로 임지강은 더이상 두 모녀를 볼 필요도 없고 골칫거리도 사라지니 말이다. 생각을 정리한 뒤, 임지강은 바로 움직여서 서진희를 데리고 신 씨가 살고 있는 고향으로 향했다. 이곳은 나중에 신세희의 고향이 된 곳이었다. 서진희를 보자 신 씨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는 서진희가 정말 돈을 갚으러 올 줄 몰랐다. 신 씨도 서진희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다리를 절어서 아이도 못 낳아요. 그래서 아무도 저랑 결혼하려고 안 해요. 만약 그쪽만 괜찮다면 저희 그냥 같이 살아요. 비록 가난한 날 들일 테지만, 먹을 건 있으니 모녀가 굶게 되진 않을 거예요.” 신 씨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듣고 서진희는 얼굴 가득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잠든 아이를 내려놓은 뒤, 신 씨를 보호하며 그 자리에서 말했다. “남편, 당신이 앞으로 내 남편이에요. 난 앞으로 여기서 아무데도 안 가고 평생 살 거예요. 이게 제 운명이니까요.” 그녀는 한참을 울었다. 임지강이 가고 나서도 그녀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신 씨는 서진희
하지만 엄마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어서 초등학교 내내 엄마가 과외를 해줬다. 그래서 신세희의 성적은 늘 우수했다. 게다가 신세희의 할머니, 그러니까 세상을 떠난 주희진은 사실 엄청 꼼꼼한 여자였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 나가서 유학을 했고, 꿈도 있고 열정도 있었다. 게다가 피아노도 칠 줄 알고, 그림도 그릴 줄 아니 그렇게 부족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서진희는 사실 엄마의 그런 모습들을 물려 받았다고 볼 수 있었다. 서진희는 산에서 꽃을 따는 걸 좋아해서 집에 있는 빈 술병 안에 꽂아 놓는 걸 좋아했다. 아무리 신 씨의 집이 후졌어도, 서진희는 집을 매우 예쁘게 꾸며놨다. 신 씨는 자신에게 선녀가 시집온 것 같았다. 그러나 서진희가 느낀 건, 이번생은 더 이상 이리저리 떠돌지 않고, 더 이상 서씨 가문 사람들과 얽히지 않아도 됐으며, 이번생엔 더 서씨 가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됐었다. 그녀는 이렇게 시골에서 평생 살 생각이었다. 아무리 없고 가난해도 그녀는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진희가 생각하기에 만족하는 생활, 그녀가 생각하기에 세상과 싸우지 않아도 되는 이 생활이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그녀와 신 씨 세 사람은 이 시골에서 그렇게 많은 평안을 찾지 못 했다. 신 씨의 땅을 노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건 바로 신 씨의 동생이었다. 그들은 신 씨 이 노인네가 빨리 죽길 기다렸고, 결혼을 안 했으니 자신의 딸이 신 씨의 이 땅과 후진 집을 물려 받게 하려고 할 셈이었다. 그러면 그것들을 팔아서 돈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신 씨는 결혼을 했다. 선녀처럼 생기 있고 예쁜 얼굴에, 딸까지 데려온 여자 말이다. 신 씨의 동생은 이로 인해 매우 질투나고 화가 났다. 그들은 거의 매일 같이 신 씨에게 시비를 걸었고, 뿐만 아니라 동생네 가족은 마을 사람들을 사주해서 신씨 부부와 아이를 왕따시켰다. 그렇다고 해도 신씨 가족은 여전히 마을에서 굳건하게 살아갔다
서진희는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 “네 딸의 12년치 양육비 나한테 주고, 내 딸한테 남성시 호적도 파줘. 그리고 애가 남성에서 학교까지 다닐 수 있게 해줘. 이 중 하나도 빠져선 안돼.” “너 아주 꿈이 크구나.” 서진희는 다시 한번 차갑게 웃었다. “임지강, 난 벌써 서른이 넘었는데 무서울 게 뭐가 있겠어? 난 이제 내가 어떻게 살든 상관없어! 나 다른 조건 없어, 난 그저 네가 네 딸한테 잘해줬으면 할 뿐이야! 얜 네 친 딸이라고!” “애가 이미 12살이야. 지금까지 시골에서 살았고, 새 옷 한 벌 없어, 넌 마음이 아프지도 않니? 넌 네 친 딸 얼굴 보고싶지 않아?” 서희진은 차갑게 물었다. 그 순간, 서희진은 임지강에게 질문을 하면서 자신의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가 당시에 자신이 얼만큼 아빠한테 인정받길 바랐다면, 서희진도 지금 신세희가 임지강에게 그만큼 인정받길 바랐다. 임지강도 지금 사업에 성공했으니 말이다. 신세희가 아빠와 함께한다면, 어찌됐든 좋은 앞 날이 있을 것만 같았다. 마치 그때 자신의 엄마가 자신이 그렇게 되길 바랐던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말에 임지강은 확실히 흔들렸다. 그는 성을 내며 물었다. “아이는 어딨는데? 한번 보자.” 하루 뒤, 서진희는 신세희를 데려와 임지강에게 보여줬다. 꼬마 아가씨는 수줍음을 많이 타고, 말도 별로 없고, 너무 말라서 바람에 날라갈 것 같았으며, 키도 작지 않고, 피부도 뽀얬다. 꼬마 아가씨를 보자마자 임지강도 매우 기뻐하며 서진희에게 물었다. “이 아이가… 내 아이라고?” 서진희가 말했다. “제발 애 좀 불쌍하게 여겨서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기회 좀 줘.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좀 줘. 얜 네 딸이야, 친딸이라고!” 임지강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했다. “애한테 학교 다닐 수 있는 기회는 줄 수 있어, 생활비도 줄 수 있고, 하지만 나를 아빠라고 부르는 건 안돼!” “너......” 임지강도 차갑게 말했다. “나 아내도 있고 아이도
그녀가 할 줄 아는 건 피아노 연주였지만 연주 할 줄만 알 뿐, 학생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도 못 먹여 살리면서 때때로 서씨 가문 사람들의 수색을 피해야 했다. 그때, 서진희는 서씨 가문 사람들이 자신을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고, 자신을 찾더라도 사지로 몰아넣을 거라고 생각했다. 서진희는 정말 갈 곳이 없었다. 그녀에게 방법이 있었더라면, 딸을 임지강에게 데려오지 않았을 테다. 그녀는 아이를 친 아빠에게 데려다주면 그렇게 모진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아이가 교육을 받고, 대학을 가면, 앞으로 이 도시에서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고, 그러면 아이는 3대째 이어질 수 있는 이 불행을 끝낼 수 있을 테다. 서진희는 저 멀리 쭈그려 앉아있는 신세희에게 다가가서 온화하게 말했다. “세희야, 임씨 아저씨는 엄마 친구야. 앞으로 아저씨네 집에서 살게 될 거고, 엄마가 매달마다 생활비 보내줄게. 아저씨는 너가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줄 거고, 너가 대학도 다닐 수 있게 해주실 거니까, 아저씨 집에서 사는 거 어때?” 신세희는 울면서 물었다. “엄마, 이제 나 버리는 거야?” 서진희는 딸을 안고 소리 없이 울었다. “엄마는 널 사랑해, 널 제일 사랑해. 엄마는 너한테 목숨이라도 다 받치고 싶어. 하지만 엄마는 너까지 힘들게 할 수는 없어. 엄마가 돈 열심히 벌어서 그 돈 다 너 주고, 너한테 제일 좋은 삶을 만들어 줄게. 응?” 신세희는 고개를 저었고, 울면서 말했다. “아니, 엄마, 싫어! 나 아저씨 집에 살기 싫어, 난 엄마랑 살 거야.” 서진희는 갑자기 화를 냈다. “울지 마! 제멋대로 굴면 안돼! 앞으로 아저씨 말 잘 들어야 해!” 딸을 혼내면서 서진희의 마음은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딸과 함께 살고 싶었지만 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녀는 혼자서 육교 밑에 살고, 하수도에서 살 수 있었지만, 딸을 데리고 하수도에 살 수는 없었다. 엄마가 화내는 걸 보고, 신
서진희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그녀의 얼굴엔 이미 눈물이 가득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쉬어서 마치 오래된 시계 같았다. 그녀는 옆에 있던 임지강을 보면서, 매우 평온하고, 매우 차갑게 물었다. “임지강, 시간이 이렇게 오랫동안 흘렀고, 내 딸이 거의 서른 살이 다 되어가는데, 난 궁금해. 왜 그렇게 애를 싫어했던 거야?” 이 순간, 그가 후회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가 당시에 원효진을 알아갔던 건, 단순히 원효진이 예쁘고 일도 잘 해서였고, 제일 중요한 건 본분을 다 하면서도 말이 많지 않아서였다. 임지강도 타지에서 온 사람이라, 유년 시절도 많이 고통스러웠기에, 당시에 원효진을 사랑했었다. 사랑하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임지강이 원효진과 결혼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공장 회식에서 허영을 만났는데, 그때의 허영은 타지에서 파견된 대학생이었고, 생기 있고, 술도 잘 마시고,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날 저녁, 두 사람은 관계를 맺었다. 그저 원효진이 계속 몰랐을 뿐이다. 나중엔 허영의 도움을 받고 임지강은 일자리에서 계속 승진을 하게 되었고, 그는 자신이야 말로 허영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원효진과의 결혼이 너무 성급했다고 느꼈다. 게다가 원효진이라는 이름은 사실 거짓이었다. 그녀의 진짜 이름이 뭘까? 아무도 몰랐다. 그녀의 양부모가 살인범이라고? 그때의 임지강은 정말 뼛속까지 원효진을 싫어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원효진이 낳은 아이도 싫어했다. 임지강이 한참동안 대답을 안 하자, 서진희가 대답했다. “임지강, 나 알아, 네가 날 싫어한 게 우리 양부모님 때문이었다는 거. 근데 그때는 네가 날 쫓아다니고, 네가 나한테 결혼하자고 했던 거잖아?” 그녀는 한숨을 쉬며 이어서 말했다. “네가 내 신분이 가짜여서, 우리 양부모님은 살인자여서싫어했다면 이해돼. 근데 네 딸까지 왜 싫어하는 거야?” 사실 그는 지금 후회하고 있었다. 임서아는 지금 딱 봐도 불치병에 걸
서진희는 헛웃음을 터뜨렸다.“하… 그래? 그런데 왜 임서아가 당신과 서영의 양녀라고 모두를 속였어?”“사실 허영은 쌍둥이를 낳았는데 한 명은 태어나자마자 하늘나라로 가고 한 명만 남았어. 사실 모두에게 사실을 알리고 파티도 열고 싶었는데 당신과 나 사이에 공동재산이 있더라고. 당신은 아무것도 없이 집을 나가서 재산이 모두 내 명의로 돼 있었어.”서진희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돌아와서 재산을 도로 빼앗을까 봐, 내가 당신과 허영은 내가 임신한 사이에 이미 불륜관계였다고 신고할까 봐 모두를 속인 거야? 임서아는 네 친딸이 아니라고?”임지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애원의 눈길로 서진희를 바라보았다.“진희야, 서아가 내 친딸이 아니었으면 세희를 서아 대신 감옥에 보내지도 않았을 거야. 어쨌든 세희가 언니잖아….”“죽어 버려!”서진희는 발을 들어 임지강을 힘껏 걷어찼다.“임서아만 딸이고 세희는 딸 아니야? 언니? 언니는 다 동생 죄를 뒤집어써야 해? 당신은 아버지잖아! 허영은 걔 엄마고! 당신들은 왜 당신 딸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지 않았어!”임지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서진희는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임지강을 압박했지만 임지강은 우물쭈물하거나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것으로 일관했다.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신세희는 분노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녀는 엄마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해 의자에 앉힌 뒤, 바닥에 쓰러진 임지강을 불렀다.“아빠?”“딸. 그래, 내가 네 아빠야.”그 말은 자신을 너그럽게 봐달라는 뜻이었다.신세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집에서 8년을 살았죠. 가장 아빠가 필요한 시기에, 가장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에 아무도 나한테 당신이 내 아빠라고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며칠 전에도 이런 질문을 드렸잖아요. 당신이 내 아빠라면 왜 한 번도 내 생일을 축하해 준 적 없는지? 나는 그 집에서 개처럼 비굴하게 살았는데 왜 나를 그런 취급했는지 대답 안 해주셨잖아요.”신세희가 몇 번이나 물었던 말이었다.매번 억장이
신세희는 당황한 허영을 바라보며 그들을 한껏 비웃었다.임지강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했기에 신세희는 서슴없이 말했다.“임지강 씨, 당신이 지키려던 가정, 당신이 사랑하는 아내 허영, 그리고 소중한 딸 임서아를 위해 나를 희생했죠. 그런데 그건 몰랐을 거예요.”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임지강을 바라보았다.임지강이 고개를 들자 신세희는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했다.“어느날 내가 그 집에 갔는데 집 근처 골목에서 허영이랑 어떤 남자가 뒷산으로 가는 모습을 봤어요. 그리고 그 둘은 산에서 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내려왔죠.”임지강은 분노한 표정으로 허영을 쏘아보았다.“당신!”그러자 허영이 다급히 비명을 질렀다.“나 아니야! 그리고 이런 말할 때가 아니잖아. 우리 딸은….”“당신 딸?”신세희가 차갑게 말했다.“당신들은 그렇게 많은 사람을 해치고 주변 사람들 목숨은 개미목숨보다 못하게 여기면서 당신 딸 목숨은 아깝나 봐요? 하늘이 벌을 내린 겁니다. 안 그래요, 아줌마?”할 말을 잃은 허영은 입만 뻐금거렸다.하나뿐인 딸이 병을 앓게 되고 그녀는 50세의 나이에 딸을 먼저 보내게 생겼으니 이게 벌이 아니면 뭘까?허영이 말이 없자 신세희는 다시 임지강에게 고개를 돌렸다.“임지강 씨, 당신은 줄곧 가정이 가장 소중하다고 했죠! 하지만 가성섬에서 나와 유리를 공격한 남자가 누군지 알아요?”“안 돼! 신세희, 그건 말하지 마!”허영이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했다.하지만 임지강은 빨리 답을 듣고 싶었다.“누구야? 그게 도대체 누군데?”그도 뭔가 느끼는 게 있었다.차가운 느낌이 가슴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그 남자가 바로 당신 아내 허영의 애인이에요. 두 사람이 같이 뒹구는 모습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거든요. 아직도 내 핸드폰에 둘의 사진이 남아 있어요.”허영은 절규했다.“안 돼….”임지강은 온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힘들게 지켜온 그들의 가정이, 친딸을 여러 번 희생해서 지켜낸 결과가 아내의
“그리고 사랑하는 딸을 어떻게든 이용해 보려고 감옥에서 석방시켰죠. 친딸이 살린 남자가 남성에서 잘나가는 재벌이라는 걸 알고 딸을 죽이려고 무진장 애를 썼고요. 여태 쓸 수 있는 방법은 다 썼잖아요. 과거 사건까지 파헤치면서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갔죠. 단지 딸의 신장을 빼앗아 임서아를 살리려는 이유 하나만으로요.”“아버지가 한 모든 일들이 사실은 당신 와이프와 외간남자가 낳은 아이를 위해서였어요. 그렇게 많은 일들을 하면서 아버지는 어떤 느낌이었어요?”신세희가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임지강의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신세희가 말한 모든 일들이 그가 친딸을 괴롭히고 자신을 배신한 여자를 위한 일이 되었다.임지강은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아! 악!”그는 시뻘겋게 부은 눈으로 허영을 노려보며 한발 한발 그녀에게 다가갔다.“여… 여보. 이러지 마… 그런 거 아니야. 여보… 서아가 당신 딸은 아니지만 줄곧 당신을 아빠라고 부르며 컸잖아. 신세희는 당신을 아빠라고 부르지도 않았어.”임지강은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허영에게 접근했다.허영은 뒤로 뒷걸음질치며 어떻게든 이 상황을 무마하려고 애썼다.“신세희가 당신 딸이지만 당신은 걔를 기르지도 않았잖아. 당신 옆을 지킨 아이는 서아라고….”짝!쾅! 쾅!임지강은 허영의 귀뺨을 때리고는 그녀를 죽일 듯이 쏘아보며 미친 듯이 걷어찼다.“아… 아파….”허영은 바닥에 웅크리고 고통스럽게 신음했다.“아빠… 엄마 때리지 마… 아빠….”투석이 끝나고 비싼 약을 복용한 임서아는 전혀 환자 티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달려가서 허영을 부둥켜 안고 임지강에게 애원했다.사랑만 받고 자란 임서아는 여전히 이기적인 여자였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분노한 눈빛으로 임지강을 쏘아보며 말했다.“아빠, 도대체 누구 편이야? 엄마랑 이미 상의 다 했어. 신세희의 신장이 적합하지 않아도 신세희를 벼랑 끝으로 내몰 수가 있다고. 곧 성공이야, 아빠.”임지강은 할 말을 잃었다.“외할아버지가 가진 세력으로 전국을 뒤지면 나한테